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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술이 익으려는가
항아리 속이 부글거린다
비릿하고 들큰하고 야릇한 냄새가 소문처럼 번져서
비밀에 부치지는 못하겠다
잠깐씩 덮개를 열어 후끈 달아오른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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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미숫가루를 실컷 먹고 싶었다
부엌 찬장에서 미숫가루를 훔쳐다가
동네 우물에 부었다
사카린이랑 슈가도 몽땅 털어 넣었다
두레박을 들었다 놓았다 하며 미수가루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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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지칠 줄 모르는 대륙의 눈바람은
겨울 혼자 견디게 하고
플로리다 중부지방 한 시골마을로 내려와서
아침에 일어나면 커피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
커피먹을 들고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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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수령증에 도장을 꾹 눌러 찍고 건네받은 작은 상자가 잠깐 흔들,거렸는데요 잘 키워 봐라 품종이 괜찮은 거다 상자 밖으로 뛰어나온남자씨가 숙인 고개를 살풋 들었는데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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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하나님 거기서 화내며 잔뜩 부어 있지 마세요
오늘따라 뭉게구름 뭉게뭉게 피어오르고
들판은 파랑물이 들고
염소들은 한가로이 풀을 뜯는데
정 그렇다면 하나님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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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당신은조용히 산다고
후미지고 외딴 곳에
납작 엎드려 살면서
소식 끊고 꽃은 왜 피우십니까?
먼 데서
벌 나비 모여드는데
조용히 산다면서
누구 좋으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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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내가 살던 곳 내가 사는 곳 내가 살아야 할 곳에 연보라빛 꽃이 피었네
과거 현재 미래 아무리 들볶아도 못 먹는 풀꽃이 피었네
날아다니는 벌과 기어 다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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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독수리는 일평생의 중반쯤 도달하면 최고의 맹수가 된다
눈감고도 쏜살같이 먹이를 낚아챈다
그런 때가 오면 독수리는
평생 종횡무진 누비던 하늘에서 스스로 떨어져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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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때도 없이 나를 몰아대는 것을
영광이라니, 개뿔
사랑이니 정열이니 따위 징그러운 말은 하지 말,
아프고 우스꽝스런 오늘,
라디오에서 황소가 뛰어나오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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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어릴 적에는 호주머니가 지갑이었지
구슬이나 딱지 그리고 때 묻은 손이 드나들 적마다
함께 따라 들어온 먼지 한 움큼이 들어있었지
쏘다니고 싶은 곳 많아 주머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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