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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손, 마냥 흔드는 가로수 단풍나무예감이나 한 듯어루만지는 바닷바람이가을을 벗긴다.
남가주 인디안 썸머 그 쏘는 빛살두 손으로는 어림없어가려줄 챙 달린 모자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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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이렇게 비 내리는 밤이면 호롱불 켜진 호야네 말집이 생각난다. 다가가 반지르르한 등을 쓰다듬으며 그 선량한 눈을 내리깔고 이따금씩 고개를 주억거리던 검은 말과 “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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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구멍이 많은 돌에다
아침마다 쪼그리고 앉아
남편이 물을 준다
물을 아주 많이 먹는다며
이전에는 몰랐다며
그동안 버려둔 것을 후회라도 하는 듯
진정으로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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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금방(金房) 앞 보도블록 틈에 괭이밥풀 웅크리고 있다
흔하디흔한 풀도 귀해서 휴대폰카메라로 나는 사진을 찍는다
금방이 배경인 풀
사람들은, 풀은 보지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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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다시 태어나면
무엇이 되고 싶은가
젊은 눈망울들
나를 바라보며 물었다
다시 태어나면
일 잘 하는 사내를 만나
깊고 깊은 산골에서
농사짓고 살고 싶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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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무슨 일인가, 대낮 한 차례
폭염의 잔류부대가 마당에 집결하고 있다.
며칠째, 어디론가 계속 철수하고 있다.
그것이 차츰 소규모다.
버려진 군용 텐트나 여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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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돌아라 돌아라 돌아라!
열 받아서 돌아버리겠거든
지하철 2호선이나 타고 돌아라
사방이 턱턱 막힌 옥탑방 2층
손바닥 같은 선풍기가 밤새 돌아도
저 고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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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이 정원에 승리란 없어
마당에 엎드려 세인 어거스틴 잔디를
모조리 갉아먹는 친치벌레에게 나는 패배를 인정해
나무 같은 잡초의 뿌리를 뽑아내려면
몇 시간이나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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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애초부터 더듬이가 긴 건 아니었어요
내 놓을 것 하나 없는 몸뚱아리 지탱하려고
허방다리 짚다 수없이 넘어지고
꼿꼿한 기둥하나 걸리기만 해라 아침마다 되뇌이다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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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학생식당 창가에 앉아
늦은 점심을 먹습니다
손대지 않은 광채가
남아 있습니다
꽃 속에 부리를 파묻고 있는 새처럼
눈을 감고 아직 이 세상에 오지 않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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