|
이 아침의 시 |
참치찌개를 끓이려는데
김치가 없다 양파도 없고 두부도 없다
있는 거라곤 달랑 오이 두 개
오이만으로 참치찌개를 끓일 수 있나
참치찌개를 포기하고
오이 |
|
|
|
이 아침의 시 |
어느 문학상시상식에 가서 축하 반 부러움 반을 섞어 박수 치다가
상복 없는 시인들끼리 모여 서로서로 시 좋다고 칭찬하다가
문학상은 못 받아도 밥상은 받고 산다 |
|
|
|
이 아침의 시 |
그 사막에서 그는
너무도 외로워
때로는 뒷걸음질로 걸었다.
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
-오르텅스 블루 ‘사막’ 전문
사람은 홀로 나서 홀 |
|
|
|
이 아침의 시 |
살다보면 명확한 것보다 불분명하게 흘러가는 게 더 많다
그렇다, 마치 안개 낀 날처럼
삶이란한 손의 고등어처럼 손으로 잡을 수도
토막을 낼 수도 없는데
스 |
|
|
|
이 아침의 시 |
등의 위치가 중요합니다
폐지를 줍다가 폐지 더미에 누워버린 늙은 등
죽은 줄 알았는데(죽었으면 좋겠는데)
다시 봄이라고 평상에 앉아 있습니다
어제는 때 지 |
|
|
|
이 아침의 시 |
나무는 자기 몸으로
나무이다
자기 온몸으로 나무는 나무가 된다
자기 온몸으로 헐벗고 영하 십삼도
영하 이십도 지상에 온몸을 뿌리박고 대가리 쳐들고
무방비 |
|
|
|
이 아침의 시 |
1.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|
|
|
|
이 아침의 시 |
너에게로 가는 길엔
자작나무 숲이 있고
그해 겨울 숨겨둔 은방울새 꿈이 있고
내 마음 속에 발 뻗는
너에게로 가는 길엔
낮은 침묵의 초가가 있고
호롱불 |
|
|
|
이 아침의 시 |
상계 계곡 너머
마들로 이사 온 지 몇 년째
귀울음이 영 멎지 않는다
말이 있던 자리에 들어선 탓이다
들판에 말들이 바람처럼 빠져나가고
그 속에 말의 울 |
|
|
|
이 아침의 시 |
외진 별정우체국에 무엇인가를 두고 온 것 같다
어느 삭막한 간이역에 누군가를 버리고 온 것 같다
그래서 나는 문득 일어나 기차를 타고 가서는
눈이 펑펑 쏟아 |
|
|
|
Prev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Next |