|
이 아침의 시 |
배는 뜰 수 없다 하고
여관 따뜻한 아랫목에 엎드려
꿈결인 듯 통통배 소리를 듣는다
그 곁으로 끼룩거리며 물려 다닐 갈매기들을 떠올린다
희고 둥근 배와 붉 |
|
|
|
이 아침의 시 |
마추픽추를 돌아 쿠스코 난장에서 께냐 하나를 샀다
안데스 음악을 좋아하는 그를 위한 선물이었다
여행에서 돌아와
살아서 함께 부르는 노래가 많을수록
죽은 |
|
|
|
이 아침의 시 |
당신이 누구시든 신이여, 감사합니다.
들이쉬고 내쉬는 공기를 주심에,
숲 속의 오두막과 땔나무
그리고 빛-램프와 잎들의 배면,
양치류와 날개 같은 자연의 |
|
|
|
이 아침의 시 |
옛사랑을 묻은 곳에 새 사랑을 묻으러 왔네
동백은 없고 노래방과 여관들이 나를 맞네
나이트클럽과 식당 사이를 소독차가 누비고
안개처럼 번지는 하얀 가스... |
|
|
|
이 아침의 시 |
진주에 기생이 많았다고 해도
우리 집안에는 그런 여자 없었다 한다
지리산 자락 아래 진주 기생이 이 나라 가장 오랜 기생 역사를 갖고 있다지만
우리 집안에 |
|
|
|
이 아침의 시 |
숲길에 검은 고양이, 흰 고양이 가슴 포개어 파르르 껴안고 있다가
살며시 품고 있다가
눈송이 위에서 서로 녹다가
화들짝, 숲속으로 꼬리 숨겨버리는 한 쌍 |
|
|
|
이 아침의 시 |
방 하나를 갖고 싶어요
주소도 없고
어떤 후일담도 도착하지 않는 곳
벽에는 못자국이 없고
구석에는 우는 아이가 없고
문 앞에는 딱 한 켤레의 신발만 있는 |
|
|
|
이 아침의 시 |
붉은 능금 향긋하여 나는 먹을 수 없네
이 단내는 꽃의 냄새나는 꽃향기를 깎을 수 없네
나보다 먼저, 나보다 더 오래, 능금 꽃 앞에서 울던 벌이여
|
|
|
|
이 아침의 시 |
나, 세한도 속으로 들어갔지 뭡니까
들어가서는 하늘 한복판에다 손 훠이훠이 저어
거기 점 찍혀 있는 갈필(渴筆)의 기러기를 날아가게 하고
그리고는 그리고는 |
|
|
|
이 아침의 시 |
1
걷지 못하는 민들레가
바람을 만나니 걷잖아 탁 ! 터져서
간음 없는 마음이 흔하랴
그런 거야 욕하지 마
바람둥이들
한번 누운 곳 정 못 들이는
|
|
|
|
Prev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Next |