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세고비아 / Robyn Sarah |
기타리스트들은
지하실 방에 모여 앉아
손톱에 관해 논하곤 했다.
손톱의 길이를 비교하고
손톱의 강도에 대해 소소히 이야기하고
부러진 손톱에 얽힌
끔찍한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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땅의 연가 / 민병란 |
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온 밤에
꼭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
무수한 어깨들 사이에서
무수한 눈길의 번뜩임 사이에서
더욱더 가슴 저미는 고독을 안고
시간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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커피 세 스푼 설탕 한 스푼 / 이원형 |
가을볕에 노곤해진 논두렁길
마른 등짝을 즈려 밟고
오토바이 한 대 너무나 가벼운
그녀를 태우고 달린다
흙먼지를 연꼬리처럼 매달고
졸음에 겨운 갈대의 어깨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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청중 / Franz Wright |
쓸쓸한 길, 아무도 없다
가련한 먼지빛을 한 개똥지빠귀 한 마리
바람에 맞서
나뭇가지에 매달려있을 뿐,
당신은 조금 늦게 온 것 같다.
낯선 도시
주소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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집으로 / 고현혜 |
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세요.
그대 집에
죽어가는 화초에 물을 주고
냉기 가득한 그대 부엌
큰솥을 꺼내 국을 끓이세요.
어디선가 지쳐 돌아올 아이들에게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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뉴질랜드까지 헤엄치기 / Douglas Goetsch |
살면서 한두 번쯤 사람들은
대양이라도 헤엄쳐 갈만큼 누군가를 사랑하지.
사랑에 빠지지 않은 모든 이들을 불쌍히 여기며
멋지게 팔을 저어 그녀에게로 다가갈 때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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길의 노래김초혜 |
갈 곳이 정해진
여행은
놀이에 불과하리
어디로 가야할지 몰라
방황하는 길에서
갈 수 있는 길이
이 길 밖에 없을 때
가지 않을 길인데
가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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신이 세상을 세탁하는 것을 나는 보았다 / 윌리엄 스티저 |
지난밤에 나는
하늘에서 부드러운 비를 내려
신이 이 세상을 세탁하고 있음을 보았다
그리고 아침이 왔을 때
신이 이 세상을 햇볕에 내걸어
말리고 있는 것을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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샌드위치 나눠 먹기 / Ted Kooser |
샌드위치를 반으로 자르는 노인을 보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.
피클이나 양파를 넣지 않은 통밀빵으로 만든
아마도 평범한 로스트비프 샌드위치
떨리는 팔을 흔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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한 조각 눈보라 / 마크 스트랜드 |
둥근 천정의 도시, 둥근 그림자로부터
한 송이 눈꽃이, 아무런 무게도 없는 저 작은
눈보라의 한 조각이 당신의 방으로 떨어진다. 거기
안락의자에 앉아, 책에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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