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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꽃의 안부부터 물었다 굳이
내 안부를 묻지 않아도 섭섭하지 않았다
양봉가 이씨는 꽃을 따라 북상 중인데
시방 안산에서 꿀을 받고 있단다
뒷산을 올려다보니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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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울고불고 치사한 이승의 사랑일랑 그만 끝을 내고
다시 태어난다면 우리 한 몸의 돌쩌귀로 환생하자
그대는 문설주의 암짝이 되고 나는 문짝의 수짝이 되어
문이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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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즐거운 사람에게 겨울이 오면
눈보라는 좋겠다
폭설로 무너져 내릴 듯
눈 속에 가라앉은 지붕들은 좋겠다
폭설에 막혀
건널 수 없게 되는 다리는 좋겠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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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강변에서
내가 사는 작은 오막살이집까지
이르는 숲길 사이에
어느 하루
마음먹고 나무계단 하나만들었습니다
밟으면 삐걱이는
나무 울음소리가 산뻐꾸기 울음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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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우리는 초대장 없이 같은 숲에 모여들었다. 봄에는 나무들을 이리저리 옮겨 심어 시절의 문란을 풍미했고 여름에는 말과 과실을 바꿔 침묵이 동그랗게 잘 여물도록 했다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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병원놀이 중 |
하루는 아내가 환자가 되고
내가 보호자 노릇을 하고
또 하루는 내가 환자가 되고
아내가 보호자 노릇을 한다
돌아가는 길에 짬이 나면 길거리
벤치에 앉아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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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사람이 있어 세상이 아름답다’ |
달걀이 아직 따뜻할 동안만이라도
사람을 사랑할 수 있으면 좋겠다
우리 사는 세상엔 때로 살구꽃 같은 만남도 있고
단풍잎 같은 이별도 있다
지붕이 기다린 만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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되돌아보는 저녁 |
자동차에서 내려 걷는 시골길
그동안 너무 빨리 오느라
극락을 지나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
어디서 읽었던가
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가다가
잠시 쉰다고
영혼이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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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랍어 |
눈가에 웃음이 가득한 남자가 웃음을 멈추고
말한다 “ 아랍어를 말할 수 있을 때까지-
당신은 고통을 이해할 수 없어요-”
고통은 머리 뒤쪽과 관계가 있다,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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먼 길을 가다 |
군데군데가 다 해진 골덴 바지에
얼룩진 셔츠에
내가 옷을 모시고 살았다는 말이 더 맞을 차림새로
휴일 출근을 한다
30년이나 변심 없이 나를 지켜준 노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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