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깡통 |
저 사람
한바탕 꿈 깨었다
뜬 구름 하늘가에
꽤 오랫동안 서성인 것 같은데
하나님이 눈 깜박일 사이
이 새 저 새 폴폴 날아가 버리고
저 사람
하늘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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거미 |
불빛 나가는 창가에 줄을 쳐 놓았다
새소리와 꽃향기를 가로막고
내 집을 기둥 하나로 삼아
농부가 논두렁에 쪼그려 앉아 있다
함민복(1962-) ‘거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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가장 사나운 짐승 |
내가 다섯 해나 살다가 온
하와이 호놀룰루시의 동물원.
철책과 철망 속에는
여러 가지 종류의 짐승과 새들이
길러지고 있었는데
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것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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메르세데스 소사 |
지구 반대편 구석에서 노래 한 줄로 깨달았습니다.
구석은 세상을 향해 열려있건만 세상은
구석을 향해 닫혀 있다는 걸
세상 힘든 것들 구석으로 몰리건만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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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 몸 속에 잠드신 이 누구신가 |
그대가 밀어올린 꽃줄기
끝에
그대가 피는 것인데
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
그대가 피어 그대 몸속으로
꽃벌 한 마리 날아든 것인데
왜 내가 이다지도 아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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독자에게 |
독자여, 나는 시인으로 여러분의 앞에 보이는 것을 부끄러워합니다.
여러분이 나의 시를 읽을 때에. 나는 슬퍼하고 스스로 슬퍼할 줄을 압니다.
나는 나의 시를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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플라이가이 |
바람이 음악인 듯 홀로 춤추는 이속은 텅 비어 있으면서 허우대만 멀쩡한 이발목은 세상에 꽉 잡혀 있으면서 형이상학적으로 하늘만 휘젓고 사는 이세상사는 일이 이름처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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전봇대 |
벽과 벽, 골목과 골목, 허공과 허공, 막다른 사이에는 언제나 그가 서 있다.
그는 빛과 예언이며, 또한 어둠과 상처였으니, 모든 기도는 그를 통해 전송되었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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세상 끝나는 날에 바치는 시 |
세상이 끝나는 날 벌들은 클로버 위를 날고
어부는 낡은 그물을 수선한다.
즐거운 돌고래는 바다를 뛰어오르고
물받이 홈통에서 어린 참새들이 놀고,
뱀은 그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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비단을 고르다가..... |
비단은,
손까시래시에도 견디지 못하고
제물에 푸즈가 나가는 성감대
명이 짧아, 미인박명이란 맞는 말이야
배[梨]를 좀 봐
살결이야 울퉁불퉁 거칠어도
씹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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