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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직도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나의 지구에서의 차와 담배와 고독사용법 |
차를 마시는 것은 영혼을 흡수하는 일 그리고 담배를 피우는 것은 영혼을 먼 곳으로 보내는 일
나는 초원에서 하루 종일 일을 하고 저녁이면 말을 타고 나의 게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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은둔자 |
나는 은둔자
산속에 가만히 가부좌를 하고
별을 헤듯 돈을 센다
지적도를 보고 땅값을 계산 한다
구약을 조금씩 읽으면서도
돈을 센다
돈은 나를 센다
나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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입춘단상 |
사람은 하늘과 땅 사이에서
몸가짐을 바르게 하는 것이 그 본분
어리석은 자는 본래의 선함을 잊고
평생을 입고 먹는 데 바친다네
효성과 우애가 인의 근본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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달팽이 |
내 몸엔 나선의 미로가 들어있다. 몸속에서 헤매다
몸 밖의 또 다른 미궁으로 겨우 기어 나와 두리번거리는 걸 길이라 한다.
곡선을 풀어 곧은 행적을 남겨야 하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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겨울 숲에서 |
참나무 자작나무 마른 잎사귀를 밟으며
첫눈이 내립니다.
첫눈이 내리는 날은
왠지 그대가 올 것 같아
나는 겨울 숲에 한 그루 나무로 서서
그대를 기다립니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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시 입문 |
그들에게 시를 하나 들어 올려
불빛에 비춰보라고 했지.
혹은 귀에 아주 가까이 대고
벌집 같은 소리를 들어보라 했지
쥐 한 마리를 시 안에 떨어뜨려
어떻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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티벳 여행안내서 |
가지 않은 곳은 모두 미래다
그날 만나지 못했던 그 사람도
읽지 않은 그 책의 몇 페이지도
옛날이 아니다
시간과 공간은 떨어지지 않는다
내 지나간 미래,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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직관 |
간밤 뒤란에서
뚝 뚜욱 대 부러지는 소리 나더니
오늘 새벽, 큰눈 얹혀
팽팽히 휘어진 참대 참대 참대숲을 본다
그 중 한 그루 톡, 건들며 참새 한 마리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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도너츠가 구워지는 오후 |
화랑유원지
야외무대를 중심으로 빙 둘러
동그랗게 만들어진 롤러블레이드장이 있다
휴일 한낮을 달구는 가을 햇살에
구워지는 저 대형 도너츠
몇 겹씩 둘레로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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대설주의보 |
해일처럼 굽이치는 백색의 산들
제설차 한 대 올 리 없는
깊은 백색의 골짜기를 메우며
굵은 눈발은 휘몰아치고
쬐끄마한 숯덩이만한 게 짧은 날개를 파닥이며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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