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겨울 일기 |
나는 이 겨울을 누워서 지냈다
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려
염주처럼 윤나게 굴리던
독백도 끝이 나고
바람도 불지 않아
이 겨울 누워서 편하게 지냈다
저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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초록화성 브로콜리 공화국 |
페가수스 은하계에 초록화성
그곳에도 국민이 있고 국회가 있고 대통령이 있지만
브로콜리 농사만 신경 쓰고 살아요.
누가 대통령인지 국회의원인지 몰라도
모든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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무지개 |
비가 내렸다.
10번 고속도로는 어깨 위에 세기말을 짊어지고 있었고
길을 안내하는 표시판이 후줄그레 걸려 있었다.
나는 무거운 발을 끌면서
1999년 12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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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지금 어드메쯤
아침을 몰고 오는 분이 계시옵니다
그분을 위하여
묵은 이 의자를 비워드리지요
지금 어드메쯤
아침을 몰고 오는 어린 분이 계시옵니다
그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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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김치찌개 하나 둘러앉아
저녁 식사를 하는 식구들의 모습 속에는
하루의 피곤과 침침한 불빛을 넘어서는
어떤 보이지 않는 힘 같은 것이 들어 있다
실한 비계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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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- 입에 들어가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입에서 나오는 그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니라*
마른 무 쪼가리, 콩자반에 김치
할머니 진지를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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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어느 먼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
이 한밤 소리 없이 흩날리느뇨
처마 끝에 호롱불 여위어 가며
서글픈 옛 자취인 양 흰 눈이 나려
하이얀 입김 절로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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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까마귀가 울지만 내가 울음을 듣는 것이 아니라 내 몸 속의 날 것이 불평하며 오장육부를 이리저리 헤집다가 까마귀의 희로애락을 흉내내는 것이다 까마귀를 닮은 동백숲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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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다람쥐 쳇바퀴처럼 잘도 돌아가는
전기 요금이 두려워
전기담요 한 장 못 켜고
쭈그리고 누웠다
그라지 문 앞에
젖무덤 사이에 얼굴 처박고
한데 어울려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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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저쪽 골목 끝에서
당신이 걸어오고 있었습니다
나는 얼른 눈을 돌렸습니다
잠시 기다리다 고개를 들었을 때
당신은 꺾어진 다른 길로 돌아서 가고 있었습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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