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뒤 / 안경라 |
자매 하나가 뒤를 캔다는 소릴 들었다
거기 내 뒤뜰 낙엽 다 떨어져
휑하니 고독한데
뿌리 없는 말들 오가고
바람은 나대신 입을 다문 채
가지에 앉은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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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마의 휴일 / 빌리 컬린즈 |
이건 영화 제목은 아닙니다,
하지만 그런 영화가 있다면
그 영화를 보고 싶군요.
하마만이 가질 수 있는 짧은 다리와
큰 머리를 가진 그들을 난 좋아하니까요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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산창을 열면 / 조오현 |
화엄경 펼쳐놓고 산창을 열면
이름 모를 온갖 새들 다 읽었다고
이 나무 저 나무 사이로 포롱포롱 날고
풀잎은 풀잎으로 풀벌레는 풀벌레로
크고 작은 푸나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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짐차 / Paul Hostovsky |
마냥 좋았네 나는
아들과 둘이 여덟 시간을 함께 대화하며
차를 달릴 수 있다는 생각에,
대학에 가 있던 4년 동안 우린
텍스트나 간간 했었을 뿐이었지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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낙타와 상인 1 / 한길수 |
남대문 상가에서 지게 품팔이 하던 남자
폼 나게 살겠다고 처자식 데리고 건너 온 미국
주말 땡볕 공터에다 천막치고 신발 펼친다
이국인의 눈에도, 그의 눈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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식사 / 리영리 |
송어를 찐다
다진 생강과 두 줄의 파, 그리고 참기름.
점심은 밥과 송어찜이다.
남동생, 여동생, 그리고 어머니와
함께 먹을 것이다
어머니께서는 가장 맛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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노숙 / 윤석산 |
종각을 베고 하루 종일 잠만 청하신다.
보신각 종소리 덩그렁, 덩그렁
머릿속을 굴러다녀도
도저히 기침하려 하지 않는 삶
머리맡, 부산히 지나고 지나는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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우리는 행복했네 / Eileen Myles |
전기가 나갔을 때
도시는 어둠 속에 잠기고
친구의 노란 아파트를 향해
우리는 북쪽으로 차를 몰았지
친구의 아파트에는 전기가 있어
작업을 할 수가 있었다네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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팔거천 연가 / 윤순희 |
여름밤 내내 팔거천변 돌고 또 돌았습니다. 아직 물고기 펄떡이는 물 속 물새알 낳기도 하는 풀숲 달맞이꽃 지천으로 피어 십 수년째 오르지 않는 집값 펴지기를 깨금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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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둠 속에서 사랑을 / 줄리아 코헨 |
야생 사과 떨어지는 소리. 빛은
고통을 모르지. 우리를 핥아주는 뒤뜰
불붙는 듯 푸른, 신발박스로 잡은
그 여우. 너의 셔츠는 회복의
텐트 안에서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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