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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치솟아 천 길 높이
아득한 저 석벽
열 길도 못 오르고 주저앉은 아픔이여
차라리
한포기 풀잎으로
저 산정에 돋아라
신경효(1942 - ‘)이루지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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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산을 넘었습니다
들로 오시지요, 할머니
까마귀 떼 속으로요
할머니께서 처녀적 꿈 얘기를 하신 그 가을날 한 마리씩 산 넘어간 까마귀들 여기 다 모여 있네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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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요즘 우울하십니까?
문제의 동영상을 보셨습니까?
그림의 떡이십니까?
원수가 부모로 보이십니까?
방화범이 될까 봐 두려우십니까?
더 많은 죄의식에 시달릴까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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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가죽나무 타고 넘어 들어갔던 서대문 형무소
왜식 목조건물 사형장은 나의 놀이터였지
도르래에서 밧줄을 끌어내려 목에 걸었지
축하해, 젊음의 교수형을 집행하는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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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모여 살아도 따습지 않고
부비며 지내도 허허한 마음
하늘 휘저으며 몸부림쳐도
잊혀지지 않는 강산아
훌훌 갈꽃으로 날아가도
바람벽에 부딪히는 망향
서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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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삭발머리 소년 로꾸거가 뒤로 걷는다
찰방찰방 빗길을 걷는다
구두 가게로 들어간다
구두를 벗어주고 돈을 받아 나온다
이발소 뒷문으로 들어간다
머리를 길게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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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바위 모서리에 걸터앉아
담배를 한 모금 피워 물고 있는데.
산새도 한 마리 꽁지를 까불며
내 곁에 앉았다.
연기를 내뿜으면 달아날꺼라
숨도 못 쉬고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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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꽃들 벙글고
잠자리 떼 날고
강아지 조으는,
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
손바닥만한
가을 햇볕에
흑요석을 깜박이며
아장아장 걸어오시는
우리 아가야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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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,
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
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,
어느 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.
제삿날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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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달빛 밟고 머나먼 길 오시리
두 손 합쳐 세 번 절하면 돌아오시리
어머닌 우시어
밤새 우시어
새하얀 박꽃 속에 이슬이 두어 방울
이용악(1914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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