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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나의 그녀는 이름 없는 시인이다
내가 가끔 봉급을 타 옷가지며 먹을 것을 사 보낼 때면
‘아이구 야아! 네가 혀로 밭을 갈아 번 돈인데 함부로 쓰지 마라’신다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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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
씨앗을 품고 공들여 보살피면
언젠가 싹이 돋는 사랑은 야채 같은 것
그래서 그녀는 그도 야채를 먹기를 원했다
식탁 가득 야채를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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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맞는다는 것은
단순히 폭과 길이가
같다는 걸 말하는 게 아닌가 봅니다.
오늘 아침,
내 발 싸이즈에 맞는
250미리 새 구두를 신었는데
하루 종일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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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산골 움막에 홀로, 가난을 배앓이 앓듯
살아온 할머니가 있다
오늘도 움막에는 누더기 같은 해거름이 인다
할머니는 산아래 들샘으로 내려가
마을 아낙이 겉보리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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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시를 쓰는 건
내 손가락을 쓰는 일이 머리를 쓰는 일보다 중요하기 때문, 내 손가락, 내 몸에서 가장 멀리 뻗어 나와 있다. 나무를 봐, 몸통에 서 가장 멀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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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쉬이 가시지 않는 지독한 갈증 같은,
손끝에 끝내 남은 그 어떤 한기(寒氣)의 이름-
서글픔? 그 싸한 본능이 내 내장에 짜릿하다.
우울의 긴 문턱에 더듬이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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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바람은 사과나무를 흔드느라 말이 없고
사과나무는 사과를 꼭 쥐고 말이 없다
바람 잔 뒤
가지에 사과 하나 겨우 매단 사과나무
어리둥절 서 있다
우듬지 걸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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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쟁기질을 한다, 잡풀과 쓰레기와 먼지들이 서식하는
밭, 아버지는 밭 주인의 묘를 벌초해주기로 하고
몇 년이나 묵혀있는 그 밭을 갈고 있다.
잡초가 무성한 환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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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독이 묻은 페이지를 넘긴다
나를 암살하기 위해 누군가 발라놓은 독을
침과 함께 나는 삼킨다
독 묻은 책을 읽는 것은 독에 잠겨 서서히 익사해가는 일
피 속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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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등신불을 보았다
살아서도 산 적 없고
죽어서도 죽은 적 없는 그를 만났다
그가 없는 빈 몸에
오늘은 떠돌이가 들어와
평생을 살다 간다.
김종철(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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