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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네 다리 소반 위에 멀건 죽 한 그릇
하늘빛과 떠도는 구름 그 속에 비치네
주인이여, 면목 없다 말하지 마소
물에 비치는 청산을 나는 사랑한다오
김병연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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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그 날이 오면, 그 날이 오면은
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,
한강 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 날이
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 주기만 할 양이면,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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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전화를 걸었다 아무도 받지 않았다 전화를 걸었다 통화중 신호음을 들었다 한번 시도한 일은 멈출 줄 몰랐다 나는 한번 들어선 길은 돌아갈 줄 몰랐다 뚜, 뚜, 뚜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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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몽유병 환자처럼
한밤중에 일어나 다림질을 한다
분홍도 아닌
빨강도 아닌
색깔을 구분치 못할 여린 잎들이
질펀히 너부러져 꽃밭을 이룬
꽤 오래된 남방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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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측백나무 울타리가 있는 정거장에서
내 철없는 협궤열차는 떠난다
너의 간이역이
끊어진 철교 그 너머 아스라한 은하수 기슭에 있다 할지라도
바람 속에 말달리는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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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나무의 수사학’을 펴낸 손택수 시인이
한국시인협회가 주는 젊은 시인상을 받을 때
밝힌 수상 소감이다.
시집이 나오고 일주일 동안 책이 하도 잘 나가서
베스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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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저무는 역두에서 너를 보냈다.
비애야!
개찰구에는
못 쓰는 차표와 함께 찍힌 청춘의 조각이 흩어져 있고
병든 歷史가 화물차에 실리어 간다.
대합실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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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웅크린 가슴속에 사랑도 으깨 넣고
삼 한 뿌리 껴안은 채 눈빛 없는 맨 살의 몸
한 때는 맑은 소리로
새벽을 깨웠었지
그 소리에 알을 낳고 깃털로 품어줄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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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사람은 참말로 알 수 없는 것이어서 신께서 내게 옷 한 벌 지어주셨다. 의심이라는 환한 옷,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잠을 잘 때도 벗지 않는다. 견고한 이 한 벌의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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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한 30년 하다보면,
구두를 닦거나 택시를 몰거나
식당 주인도 반 점쟁이쯤은 된다
닳은 구두굽만 보고도 몸속의 옹이를 꿰뚫는다
표정만 봐도 어디로 갈지 뭘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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