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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물총새 한 마리가
쏜살같이,
저수지 속으로 내리꽂힌다.
단 한번의 투신으로
저수지 중심을
파波,
산산이 낚아채자
하,
잠 깬 고요가 점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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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아내는 잠시 뚫어져라
배양접시 위에 분열하는 배아를 본다
한 개가 두 개가 되고 네 개가 되고
사람의 성숙과 욕심은 배수의 성을 가졌다
언제부터 내 아기라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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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말이 없었던 아버지는
저녁이면 한 마리 고래가 됐다
단골집이 있을 법도 한데
늘 왁자지껄한 낯선 바다를 찾는 아버지
나는 단박에 찾아낼 수 있었다
아버지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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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해가 가장 길게 혀를 빼어
지상을 오래 핥는 날
상처에 닿을 때마다 붉어지는 혓바늘
하염없이 핥아주는 것밖에
해줄 것이 없는
늙은 암캐의 혓바닥처럼
서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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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새마을호는 아주 빨리 온다
무궁화호도 빨리 온다
통일호는 늦게 온다
비들기호는 더 늦게 온다
새마을호 무궁화호는 호화 도시역만 선다
통일호 비들기호는 없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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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모두들 나보다 잘나 보이는 날
무료히 내가 가진 것
손꼽아 헤어본다
몸 눕힐 방 한 칸
밥상 위에 숟가락 하나
살 가릴 옷 한 벌
등에 가방 하나
가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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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피아노 소리는 마룻바닥을 뛰어다니고 창밖엔 비가 내린다 기억나는 일이 뭐, 아무 것도 없는가? 유월의 살구나무 아래에서 단발머리의 애인을 기다리며 상상해 보던 피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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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남은 길은
끝나지 않은
보일 듯 보이지 않는
지워지고 끊어진 듯 질기게 남은
머플러 하나 만들 만큼의 자투리 자락을
목에 둘러 따뜻한 인생의 끄트머리였으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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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한 시인이 어린 딸에게 말했다
착한 사람도, 공부 잘하는 사람도 다 말고
관찰을 잘하는 사람이 되라고
겨울 창가의 양파는 어떻게 뿌리를 내리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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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풀잎은
퍽도 아름다운 이름을 가졌어요
우리가 ‘풀잎’하고 그를 부를 때는
우리들의 잎 속에서는 푸른 휘파람 소리가 나거든요
바람이 부는 날의 풀잎들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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