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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시정잡배에겐 분노가 많으니 용서도 많다. 서늘한 바위절벽에 매달려 있는 빨갛게 녹슨 철제 계단 같은 놈들, 제대로 매달리지도, 끊어져 떨어지지도 못하는 사랑이나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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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아직 못 떠난 저녁은 희망주점에 모여든다
한 사람은 바다를 향해 앉아있고
몇 사람은 등 돌려 담배를 태운다
이따금 목을 뽑고 울던 뻐꾹새가 메종과 함께
벽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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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우습지 않은가
뒷산에서 길을 잃다니
눈 아래로 낯익은 얼굴들이 빤히 보이는데
한 달에 몇 번씩 오르는 뒷산에서
물통을 두고 온 약수터를 찾지 못해
두 시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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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어린 장지뱀이 갓버섯 펴지는 모습에 놀라 달아나고 변성기 막 끝낸 수꿩이 낮은 봉분 너머에서 몇 번인가 울었다 갑자기 초롱꽃이 왁자한 것을 보아 이는 필시 두눈박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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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마음이 가난한 나는
빗방울에도 텅텅텅 속을 들키고 마는 나는
뭐라 하나 얻어 보려고
계절이 자주 오가는 길목에 앉아
기워 만든 넝마를 뒤집어쓰고 앉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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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모래 속에 손을 넣어본 사람은 알지
모래가 얼마나 오랫동안 심장을 말려왔는지.
내 안에 손을 넣어본 사람은 알지
그가 얼마나 오랫동안 나를 말려왔는지.
전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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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개운산 재개발지구 한쪽 귀퉁이 빈 터,
아이들이 개다리춤을 추고 있다.
포크레인 소리 잠시 멈추고,
장마철 햇살 비집고 살금살금 키가 크는 아이들.
아이들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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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남대문시장 쌓여진 택배 물건 사이
일회용 면도기로 영감님 면도를 하네
비누도 없이 이슬비 맞으며
잇몸 쪽에 힘을 주며
얼굴에 길을 만드네
오토바이 백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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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또 다시 날 찾아 온 걸 보니
난 아직 네게 빚이 남았나 보다
옛날의 어떤 여자는
살빚도 탕감해 주고
옛날의 어떤 여자는
술값도 깎아 주더만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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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트럭, 하고 공기를 토하면 거대한 밤이 질주해온다 살다보면 폭력적인 기계를 몰고 고속도로를 점령하고 싶은 밤은, 꼭 온다 너는 비행소년에서 비행청년으로 자라고 길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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