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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자, 2월이 왔는데
생각에 잠긴 이마 위로
다시 봄날의 햇살은 내려왔는데
귓불 에워싸던 겨울 바람소리 떨치고 일어나
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
저 지평선 끝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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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낯선 건물 난간에
점자 화살표 하나 있다
그 화살표 따라가다 보니
오로지 앞으로만 걷는 것이
세상살이 같기도 한 것인데
일순, 화살표 끊긴 자리
느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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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억새꽃이 오라고 하지도 않았는데
명절날 선물 꾸러미 하나 들고 큰고모 집을 찾듯
해진 고무신 끌고 저물녘 억새꽃에게로 간다
맨땅이 아직 그대로 드러난 논과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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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두류산 야외 수영장 매표구에 줄을 섰는데
불쑥 나타난 젊은 건달이 새치기를 한다
순간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.
탈의실에서 옷을 벗고 수영 팬티를 갈아입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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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저녁 놀빛 받으며
팝콘 하나 굴러갑니다
무심코
밟으려던
발이 아찔!
허공에 뜹니다
일당(日當)을
목숨껏 끌고 가는
개미님의 귀가길입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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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너를 껴안고 잠든 밤이 있었지. 창밖에는 밤새도록 눈이 내려 그 하얀 돛배를 타고 밤의 아주 먼 곳으로 나아가면 내 청춘의 격렬비열도에 닿곤 했지, 산뚱 반도가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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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뒤척이는 밤, 돌아눕다가 우는 소릴 들었다
처음엔 그냥 귓밥 구르는 소리인 줄 알았다
고추씨 같은 귀울음소리,
누군가 내 몸 안에서 울고 있었다
부질없는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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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갈비집에서 식사를 하고 나오다가
신발 담당과 시비가 붙었다
내 신발을 못 찾기에 내가 내 신발을 찾았고
내가 내 신발을 신으려는데
그가 내 신발이 내 신발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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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하늘과 땅의 거리 꽃가지와 가지 사이
행성과 행성 사이에
운행의 거리가 있듯
그대와 내 사랑에도 그만한 거리가 있다
살찐 흙덩이 위에 빽빽이 난 근대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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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새해 아침에는 이상해
그냥 여느 날과 마찬가지 날인데
모든 게 예사로 봐지지 않는 것이
만날 보던 건물도
그냥 그 건물 같지 않고
만날 건너던 건널목 신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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