|
이 아침의 시 |
신새벽 뒷골목에
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
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
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
오직 한 가닥 있어
타는 가슴속 목 |
|
|
|
이 아침의 시 |
어둠도 깊어지면
스스로 눈을 뜬다
흰 사슬을 풀어서
놓여나는 동짓밤을
누군가 북채도 없이
춤사위를 엮고 있다
진복희(1947 - ) ‘눈발 1’ |
|
|
|
이 아침의 시 |
겨울이 왔네
외등도 없는 골목길을
찹쌀떡 장수가
길게 지나가네
눈이 내리네
- 민영(1934년~ ) ‘겨울밤’ 전문
짧은 묘사가 이렇게 |
|
|
|
이 아침의 시 |
천안역이었다
연착된 막차를 홀로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
어디선가 톡톡 이 죽이는 소리가 들렸다
플랫품 위에서 한 노숙자가 발톱을 깎고 있었다
해진 군용 점퍼 |
|
|
|
이 아침의 시 |
승객은 한 사람, 쓸쓸해본 적 없이
승강장을 딛는 만큼
저녁을 내려놓는 그는
혼자서 달맞이꽃이었다
하룻밤쯤은 뜬잠으로
칭얼칭얼 피었다
모래톱 |
|
|
|
이 아침의 시 |
추운 겨울 어느 날
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갔다
사람들이 앉아
밥을 기다리고 있었다
밥이 나오자
누가 먼저랄 것 없이
밥뚜껑 위에 한결같이
공손 |
|
|
|
이 아침의 시 |
햇살 잘 드는 쪽으로 자꾸 뻗어나가려는 가지
그 무게를 감당하기 위해 나무는
제 마음속 가장 어두운 곳에서부터 나이테를 새긴다.
뱃머리에 쓰이는 나무일수록 |
|
|
|
이 아침의 시 |
빵집에 단팥빵 빵 일곱 개
맛있게 생긴 단팥빵
한 사내가 빵 사러와
아줌마, 단팥빵 하나 주세요
여기 있어요
단팥빵 한 개 사갔어요
빵집에 단팥빵 |
|
|
|
이 아침의 시 |
염매시장 단골술집에서
입담 좋은 선배와 술을 마실 때였다
막걸리 한 주전자 더 시키면 안주 떨어지고
안주 하나 더 시키면 술 떨어지고
이것저것 다 시키 |
|
|
|
이 아침의 시 |
차디찬 시멘트 축대 위 가파른 곳의
금간 틈서리를 비집고 살던 풀포기 하나
바람결에 나 이렇게 잘 있으니 염려 말라고
온 몸으로 흔들어보이던 고갯짓이
지금 |
|
|
|
Prev 31 32 33 34 35 36 37 38 39 40 Next |