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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한복저고리를 늘리러 간 길
젖이 불어서 안 잠긴다는 말에
점원이 웃는다.
요즘 사람들 젖이란 말 안 써요.
뽀얀 젖비린내를 빠는
아기의 조그만 입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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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
그 눈동자 입술은
내 가슴에 있네.
바람이 불고
비가 올 때도
나는 저 유리창 밖
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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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가을비 지난 뒤의
산뜻한 마음
지팡이 들고 혼자 뜰을 거닐면
저녁 햇빛에 익어가는 단풍잎.
아무 일도 없이 뒤언덕에 올라가
아무 생각 없이 서성거리다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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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첫눈이 내린 겨울 아침, 쌀을 안치려고 부엌에 들어간 어머니는
불을 지피기 전에 꼭 부지깽이로 아궁이 이맛돌을 톡톡 때린다 그
러면 다스운 아궁이 속에서 단잠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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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내 벗이 몇이냐 하니 수석(水石)과 송죽(松竹)이라
동산(東山)의 달 오르니 긔 더욱 반갑구나
두어라 이 다섯 밖에 또 더하야 무엇하리
구름 빛이 조타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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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고향에 내려와
빨래를 널어보고서야 알았다
어머니가 아직도 꽃무늬 팬티를 입는다는 사실을
눈 내리는 시장 리어카에서
어린 나를 옆에 세워두고
열심히 고르시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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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가난한 집 장롱 위에는 웬 물건들이 저리 많은지요 겨울 점퍼가
들어 있는 상자들, 못 쓰게 된 기타, 찬합통, 고장난 전축, 부러진 상다
리들이 저희들끼리 옹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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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이제 남은 건 꿈뿐이다
떠나올 때 가지고 온 짐이라곤
꿈뿐이었지만
오래전 성공하여 돌아가리라던
꿈 깨져버린 그 후에도
남은 건 꿈뿐이다.
간밤에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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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어쩌다 내 안에 흘러온 그대여
내 마음의 파장 따라
거센 물결로 접혀오는 그대의 이맛살
갈수록 나를 닮는 그대의 얼굴을 들여다보면
아득한 어둠 뿐
맑은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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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노스님 한 분 석가와 같은 날로 입적 잡아
놓고
그날 아침저녁 공양 잘 하시고
절마당도 두어 번 말끔하게 쓸어놓으시고
서산 해 넘어가자 문턱 하나 넘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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