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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월란(1964 - ) ‘詩똥’ 전문 |
온 몸이 항문이다
별을 보면 별똥이 마렵고
꽃내를 맡으면 꽃똥이 누고 싶다
인분이 때론 너무 독한 거름이라던가
진실을 똥처럼 끌어 덮는 인간들에게
글발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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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잔이 엘비스 프레슬리 기념병원을 탈출하고
거나하게 술에 취해 아파트에 돌아와서
쉬일라에게 열쇠를 내놓으라고 떼를 쓸 때
어느새 두 대의 패트롤 카가 달려와서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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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커피 한 잔 마시는 사이
그녀가 딸아이 둘을 낳았다
커피 한 잔 마시는 사이
공화국이 세 번 바뀌었다
커피 한 잔 마시는 사이
전역군인이 되었다
커피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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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한 세계를 건너려 할 때
사람들은 비로소 제 몸을 들여다본다
죽음이나 이별 따위의 젖은 자리를 건널
때 육체처럼 무거운 것은 없다
히말라야를 넘는 새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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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아프니까, 약수를 찾는다
아프니까 약수를 마시고 약수에 말 걸고 약수와 악수한다
약수를 이해하고 약수를 지지하고
약수 앞에서 반성하고 약수여, 애원한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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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떠남이 하, 그리 멀어
하늘도 흐리더니
독한 소주 몇 잔
달래어도 비는 오고
그 취한
포장집 불빛만
흔들리고 있어라.
그는 귤나무
그곳에 가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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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우포에 밤이 왔어
푸드득 물의 냄새, 새처럼 날았지
두 팔을 벌려, 가시가 없는 밤의 한 가운데를 안았어
둥둥 보름달
바지랑대에 실을 메달아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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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사실은 아들에게
칼을 쥐어주고 싶지 않다
이렇게 화창한 봄날
묵정밭 갈아엎듯
자동식 연필깎기로
하루를 깎고 있다.
혼자 사는 친정어머니
팔순 생을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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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밤마다 시계 소리가 점점 크게 들리고
쓸데없이 벽들의 삐걱임이 들리고
당신이 들었던 소리가 자꾸 크게 들리고
그날 왜 혼자서 일어나 계셨는지
당신의 빈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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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수천 년 세월이 접혀있는
고요에 닿는 막다른 길
해탈도 없이 시간의 문을 열고 들어선다
살아서 앓던 마음의 번뇌
돌부처가 되어 가슴을 닫고
열반에 든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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