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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비누는 미끌미끌
쪼르르 도망친다
비누는 미꾸라지
엄청나게 미끄럽다
목욕탕 비누친구는 달리기를 잘한다
신준혁(울산 병영초등학교 2학년) ‘비누’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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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내가 그리고 있는 기린은
네가 그리고 있는 기린과는
다를 수밖에 없다 엉터리 기린 그림이라고
너는 말하지만 그래 나는 기린 그림을
그린 것이 아니라 기린을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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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마셔, 너 같은 년 처음 봐
이년아 치마 좀 내리고, 말끝마다
그렇지 않아요? 라는 말 좀 그만 해
내가 왜 화대 내고 네년 시중을 들어야 하는지
나도 한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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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애기똥풀꽃 꽃길 지나 꽃버짐 하얗게 물든 버즘나무.
땅 바닥 너부죽이 풀꽃 방석 편 멍석딸기, 등짐 진 사위 힘 안 들게 가는 줄기 내린 사위질빵, 건들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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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껍데기는 가라.
사월도 알맹이만 남고
껍데기는 가라.
껍데기는 가라.
동학년 곰나루의, 그 아우성만 살고
껍데기는 가라.
그리하여, 다시
껍데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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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나는 이상한 눈으로
그의 죽음을 관찰한다
멕시코에서 날아왔다는 벌 떼
총알을 양의 얼굴과 가슴에
이유없이 세 개나 공격한 것을 보고 있다
노출된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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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우리나라 꽃들에겐
설운 이름 너무 많다
이를테면 코딱지꽃 앉은뱅이 좁쌀밥꽃
건드리면 끊어질 듯
바람불면 쓰러질 듯
아, 그러나 그것들 일제히 피어나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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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그림자 갈아입기’ |
14년 넘게 입어온 청바지 무릎이 해졌다
날실은 닳아 없어지고 수평의 씨줄만 남아 있다
내 청춘의 무릎도 저만큼 환부를 드러냈을 것이다
사람들은 내 청춘에서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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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궁금하다
봄물 오른 길목 배꽃 같은 얼굴로 다가오던
우유 팔 궁리로 밤잠 설친다는
판촉물로 받은 공짜 우유들이 제비새끼들모양 냉장고에 모여 짹짹거리는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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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고구마, 가지 같은 야채들도 애초에는
꽃이었다 한다
잎이나 줄기가 유독 인간 입에 달디단 바람에
꽃에서 야채가 되었다 한다
달지 않았으면 오늘날 호박이며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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