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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삼월에도 눈이 오고 있었다
눈은
라이락의 새 순을 적시고
피어나는 산다화를 적시고 있었다
미처 벗지 못한 겨울 털옷 속의
일찍 눈을 뜨는 남쪽 바다
그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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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南으로 띄우는 편지’ |
봄볕 푸르거니
겨우내 엎드렸던 볏짚
풀어놓고 언 잠자던 지붕 밑
손 따숩게 들춰보아라
거기 꽃 소식 벌써 듣는데
아직 설레는 가슴 남았거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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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봄’ |
기다리지 않아도 오고
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
너는 온다.
어디 뻘밭 구석이거나
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
기웃거리다가
한눈 좀 팔고, 싸움도 한 판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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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식칼論 2 - 허약한 詩人의 턱밑에다가’ |
뼉따귀와 살도 없이 혼도 없이
너희가 뱉는 천 마디의 말들을
단 한 방울의 눈물로 쓰러뜨리고
앞질러 당당히 걷는 내 얼굴은
굳센 짝사랑으로 얼룩져 있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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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약해지지 마’ |
있잖아
불행하다고
한숨짓지 마
햇살과 산들바람은
한쪽 편만 들지 않아
꿈은
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.
나도 괴로운 일도 많았지만
살아 있어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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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몸매 이데올로기-유토피아 없이 사는 법 7’ |
<쌀>과의 전쟁,
양강도 두만강변 풀섶
짐승같이 부스스한 여성들,
밀무역한 빵조각을 생쥐같이
깜빡거리며 물어뜯고 있다.
이 광경을 보고도 느낌 없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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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청개구리’ |
대청마루 문 열면
이파리 뒤에 숨어 울던
청개구리 울음
개고을 개고을
가냘픈 그 소리
들을 수 없다
헤엄칠 수 없는 물
산도 그 산이 아니네
오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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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꽃단추’ |
내가 반하는 것들은 대개 단추가 많다
꼭꼭 채운 단추는 풀어보고 싶어지고
과하게 풀어진 단추는 다시
얌전하게 채워주고 싶어진다
참을성이 부족해서
난폭하게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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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옛여자 - 현저동 日記’ |
돌멩이를 던질 때마다 깊이를 알려주던 옛집의 우물처럼 네 자궁도 깊었구나 깊어서 함부로 던진 돌멩이 너무 많았구나
돌멩이로 쌓아올린 네 자궁 속 돌무덤들 그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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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삶’ |
어젯밤
누군가가 가게 앞에서
생을 버렸다
나는 빵을 씹으며 그것을 보고 있다
아침 이때쯤이면 언제나 배가 고프다
반쯤 남은 버본 위스키병 손에 쥔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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