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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빗방울화석’ |
공룡들과 함께
아아, 입 벌리고 마시면
내 마음마저 옥토가 되던
백악기의 빗방울들이 살아 있다고
공룡 발자국들과 함께 발견되었다고
아, 나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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인도소풍-빨래궁전’ |
야므나 강변 작은 촌락 한 움막집에, 그 집 빨랫줄 위로 옛날 옛적 사랑 많이 받은 왕비의 화려한 무덤, 타즈마할 궁전이 원경으로 보입니다. 궁의 둥근 지붕이 거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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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어떤 경영 1’ |
목수가 밀고 있는
속살이 환한 각목
어느 고전의 숲에 호젓이 서 있었나
드러난
생애의 무늬
물젖는 듯 선명하네
어째 나는 자꾸 깎고 썰며 다듬는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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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입춘’ |
골판지는 골판지대로 깡통은 깡통대로
끼리끼리 모여야 밥이 된다고
삼천변 요요要要자원* 파지 같은 생들이
마대자루에 빈 페트병 고봉으로 눌러 담는다
오락가락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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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개의 보시’ |
일간지 하단 구석에 지나치기 쉬운 크기의 게재 사진
부촌의 화려 찬란 범람하는 성탄절 장식을 배경으로
집 없는 사람이 개를 껴안고 쓰레기에 섞여 잠들어 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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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겨울 전신주’ |
눈보라 흩뿌리는 겨울 벌 시야 멀리
외로운 저 행보는 가는 거냐 오는 거냐
셈하듯 구구단 외며 귀울음을 터는 거냐.
어쩌면 복음처럼 온 누리를 점유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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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내 시가 겁이없다’ |
장작 한 단에 다 타버릴 것 같다
바짝 마른 내시가
목에 심줄을 파랗게 세우고
논 댓 마지기에 팔려온
열 네 살짜리 아내를 닦달하고 있다
궁궐에서는 그저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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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어머니와 설날’ |
우리의 설날은 어머니가 빚어주셨다
밤새도록 자지 않고
눈오는 소리를 흰 떡으로 빚으시는
어머니 곁에서
나는 애기까치가 되어 날아올랐다
빨간 화롯불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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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폐타이어가 있는 풍경’ |
이제는 아무도
그를 굴리지 않는다
그는 무덤처럼
이곳에 뿌리를 내렸다
그가 달려온 길들이
느릿느릿 허물을 벗으며
시간의 동굴 속으로 사라진다
이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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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옛집 꿈을 꾸다’ |
생선 굽는 냄새 진동하는
비탈진 골목, 늙은 무화과나무 아래
박수근朴壽根을 닮은 낯선 남자가
등 구부린 채
풍로질을 하고 있었다
가라고, 어서 돌아가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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