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섬에서 |
나로부터
사람들로부터
잠시 비켜 있으려고
여기 왔습니다
비겁하게
도망친 것은 아니고
즐겁게 숨었지요
절대침묵으로
사랑하는 일이
아직은 힘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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가랑잎에 묻혀 서다 |
벼락부자 났다. 하루 아침 만석군 났다.
흩날리는 만 장 지화 쏟아지는 금은 보화
생살을 꼬집고 봐도 꿈 아니라 생시다.
앞산도 배가 불러 멀찌감치 나가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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반룡부락 |
너희에게 이곳에서 희망을 가르치기로 했다
쓰디 쓴 소주잔 개막걸리를 나누며
절망을 가르쳐 주기로 했다
선배들이 민주주의를 이야기 해준 곳
사랑은 한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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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장성골 화룽장터
땜장이가 떴습니다
울어 옐 상제도 없이 비 맞으며 떴습니다
예순 줄 봇돌을 놓고 못재 넘어 갔습니다.
긴 적막 한 귀에서
땅땅땅 땅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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우리가 물이 되어 |
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
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.
우리가 키큰 나무와 함께 서서
우르르 우르르 비오는 소리로 흐른다면.
흐르고 흘러서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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길 |
오늘을 산다 해도 어차피 갈 거라면
눈 감고 하루쯤은 주정꾼이 되었다가
이승도 저승도 아닌 그런 길로 들까보다.
등 굽은 나는 지금 어디쯤에 와있을까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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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|
가장 낮은 곳에
젖은 낙엽보다 더 낮은 곳에
그래도라는 섬이 있다
그래도 살아가는 사람들
그래도 사랑의 불을 꺼뜨리지 않는 사람들
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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별 |
바람이 서늘도 하여 뜰 앞에 나섰더니
서산머리에 하늘은 구름을 벗어나고
산뜻한 초사흘 달이 별과 함께 나오더라
달은 넘어가고 별만 서로 반짝인다
저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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입동 이후 |
가을 들판이 다 비었다.
바람만 찬란히 올 것이다.
내 마음도 다 비었다.
누가 또 올 것이냐.
저녁 하늘 산머리
기러기 몇 마리 날아간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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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가을 손’ |
두 손을 펴든 채 가을볕을 받습니다
하늘빛이 내려와 우물처럼 고입니다
빈손에 어리는 어룽이 눈물보다 밝습니다
비워 둔 항아리에 소리들이 모입니다
눈발 같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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