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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탕수수 아리랑 |
청천하늘에 잔별만큼이나 빛나는 별도 많고
단체도 많고 지도자도 넘쳐났지만,
이제 돌이켜 생각하면
한결 귀한 건 이름 없는 이들
먹을 것 안 먹고 입을 것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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파란 동화 |
내 안의 폐교에는
오래된 풍금소리로
아이들의
함성 같은 별들이
운동장 가득 뜹니다
풀벌레들이 짝꿍하고
몽당연필 깎는 소리가
어둠 속에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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남으로 창을 내겠소’ |
남으로 창을 내겠소
밭이 한참 갈이
괭이로 파고
호미론 풀을 매지요.
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.
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.
강냉이가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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레몬 |
담장 밖으로 나온 레몬 하나
나, 너 따먹을 거다
눈물나도록 새콤한
인연을 맺고 싶다
안경라(1964 - )
더운 여름날 읽기에 좋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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화전 간다 |
좌석이 없는 좌석버스를 타고 간다
삼표연탄 이름만 남아있는 자리
백미러 같은 낮 달 떠있다
‘이번 정류장은 수색극장 앞입니다 다음 정류장은 구름다리입니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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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이테 |
열어 젖혀진 나무 속
단아하게 번져있는 겹겹의 물결
물살마다 긋고 간 바람소리 들린다
어설프게 내딛은 시작
둥근 세상 밖으로 가는 줄만 알았던
그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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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디로? |
황혼이다 어두운
황혼이 내린다 서 있기를
좋아하는 나무들은 그에게로
불어오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으며
있고 언덕 아래 오두막에서는
작은 사나이가 사립을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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장을 보는 남자 |
계란 한 판이
30개인 줄 일찍 알았으면
서툰 눈도 좀 고치며 진작 철이 들었을 테고
쉰넷에 파 한 단 값 안
시장 길이 선생이네.
수족이 늘 찬 아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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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레고리안 성가 1 |
새벽부터 장대비 내리는 휴일,
오래 계획했던 일 취소하고
한나절 그레고리안 성가를 듣는다.
장엄하고 아름다워야 할 합창이
오늘은 슬프고 애절하게만 들린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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추신(追伸) |
늘 끝자락에
메어 달려
시선을 몽땅
뺏어가는 집중
작고 짧은 몸짓으로
다 주고도
아직도 모자란
마지막 기척
다짐하고
그래도 미진하고 서운하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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