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청포도 |
내 고장 칠월(七月)은
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
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
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
하늘 밑 푸른 바다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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길 |
나의 소년시절은 銀(은)빛 바다가 엿보이는 그 긴 언덕길을 어머니의 喪輿(상여)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갔다.
내 첫사랑도 그 길 위에서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조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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거북이 일기3 |
아이들이 풀밭 운동장에
그물망을 치고 공차기 놀이한다
공 하나에 아이들 눈과 구경꾼들의 눈이
공 안으로 다 들어가
더 이상 공은 공이 아니다
사람들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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휴전선에서 |
1.
산과 산은
만나지 못하지만
나무와 나무는
달려가지 못하지만
너와 나는 무엇일까
산도 아닌데
나무도 아닌데
2.
샘물과 샘물은
강에서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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서머타임 |
죽은 시간을 뒤적이며
추억 따위를 건져내진 않을 거야
시간의 밑둥을 잘라 나이테를 감상하진
않겠어 차라리 음지 아래 소리들
볕으로 불러 내 물을 주겠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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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버지 |
어릴 적 아버지가 삽과 괭이 들고 땅을 파거나
낫 세워 풀 깎거나 도끼 들어 장작 패거나
싸구려 담배 피며 먼 산 바라보거나 술에 져서
길바닥에 넘어지거나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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부지깽이 꽃 |
어머니가 밥을 할 때 부지깽이에서는 꽃이 핍니다. 홍매, 목단, 칸나, 채송화, 그 붉은 웃음소리가 꽃 피우는 소리를 듣고 아궁이 속 땔감이 툭툭, 뚝딱 화답을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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모래 |
모래가 모여 산 것은 언제부터인가
함께 바람에 쓸리고 비에 젖었네
같이 마르고 밟히며
낮은 땅 그 아래로 내려가기 위해
얼굴 맞대고 살을 부비며
얼마나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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족필(足筆) |
노숙자 아니고선 함부로
저 풀꽃을 넘볼 수 없으리
바람 불면
투명한 바람의 이불을 덮고
꽃이 피면 파르르
꽃잎 위에 무정처의 숙박계를 쓰는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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국사발 |
누나가 국사발을 떨어뜨려 쨍그랑 박살이 났습니다. 엄마가 쪼프르 달려가서 어디다 눈을 팔고 이러냐고 한바탕 시끌벅적 울고불고했습니다 우리 누나는 학교 다니다 말고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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