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발해(渤海)의 한 우물터에서 |
그때 작았던 것들은 커지고 그때 컸던 나는 점점 작아져서 이제는 길길이 우거진 수풀 사이 물벌레의 서식처일 뿐인데, 내 위에 뜨던 달과 별, 스치던 바람과 나에게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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최고의 생각 - 결가부좌/연꽃 좌 |
진흙탕에 수련 한 송이
남실대는 물결 속에서도 젖지 않는 자태
속은 텅 비어 욕심을 비운 사람 같고
고독을 즐겨 서로의 여백을 존중한다
새벽이슬에 구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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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무 한 그루 죽어 |
나무 한 그루 죽어
밑둥 언저리 삥 둘러
소복이 흙무덤 만들고 있다
대명천지 살아 있는 자여
함부로 생명을 희롱할 일 아니다
이 나무도 한 생을 부리기까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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달아 밝은달아 |
이제 너에겐 태백의 짝사랑도
우리네 손톱발톱 빠지는 인고도
하등 상관이 없는 듯
그래 우리는 달밤에 침을 뱉는다
이제 너에겐 아름다움도 없는듯
목숨 바치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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굴뚝 속에는 더 이상 굴뚝새가 살지 않는다 |
입을 벌리고 잠을 자는 것은
인간뿐
삶이 그만큼 피곤하기 때문이다
굴뚝 속에는 더 이상
굴뚝새가 살지 않는다
보라, 삶을
굴뚝새가 사라진 삶을
모든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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숨어 핀 꽃 |
그대는 잘도 아십니다려.
봄에 제일 먼저 핀 어여쁜 꽃을.
산에 먼저 핀 꽃은 산수유구요.
들에 핀 꽃은 오랑캐람서.
그러나 까잡스런 제비꽃보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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참말 |
9년에 걸쳐
히말라야 14좌에 오른 산악인이
대답하였다.
열네 번 모두
더 이상 오르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와
내려갈 걱정뿐이었다고.
참말은 참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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흔들리는 마음 |
공부를 않고
놀기만 한다고
아버지한테 매를 맞았다.
잠을 자려는데
아버지가 슬그머니
문을 열고 들어왔다.
자는 척
눈을 감고 있으니
아버지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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구봉서와 배삼룡 |
멱살 잡혀 꽈당 넘어지거나
멍청이처럼 네다바이 당해도
아닌 밤중에 붕알을 채이거나
억울하게 물벼락을 맞아도
웃으면 복이 온다는 허약한 희망 하나로
비실비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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봄비에 대한 명상 |
봄비가 되고 싶다
이 세상 어딘가에 내리는 첫 봄비가.
얼마나 참았던
빗금처럼 쏟아지는 유혹인가
긴 긴 혹한의 끝
깊고 어두운 심연에서 끌어올린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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