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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 꽃 |
내려갈 때 보았네
올라갈 때 보지 못한
그 꽃
고은 (1933 - )
누군가 내게 물었다. 고은 시인이 노벨상 후보로 오를 만큼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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말 |
너를 만나
꽃을 보았다 말하는 순간
모든 꽃들은 죽어가기 시작했다
사랑이라 말하는 순간
지상의 모든 보석은 돌이 되었다
또다시
어느 우주의 모퉁이를 돌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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봄이 오면 산에 들에 |
단비 한번 왔는갑다 활딱 벗고 뛰쳐나온 저년들 봐, 저년들 봐. 민가에 살림 차린 개나리 왕벚꽃은 사람 닮아 왁자한데,
노루귀 섬노루귀 어미 곁에 새끼노루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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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무의 허물 |
나무 아래를 지날 때마다 나무는
꼭 한 뼘만큼 자랐다
나무의 부드러운 경계가 만드는 오후의 공터에서
아이들은 비석을 세우거나 서 있는 비석을 넘어뜨렸다
그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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감꽃은 피어난다 |
감꽃은 피어난다,
말 없는 가장처럼
펼쳐 든 석간 위에
흔들리는 손잡이에
저물어 무거운 발길
헝클리는 字母 위에.
가난 하나 뜨거운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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덤을 위한 노래 |
환한 주먹으로 통증 없는 긴 세월을 꿈꾸어 보네
지금 내게 있는 모든 것이
언제나 거기 있어야만 했던 것처럼
무표정 얼굴이 대상 없는 세월을 기다렸었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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섬 |
스스로의 생(生) 지키기 위해
까마득히 절벽 쌓고 있는 섬
어디 지랑풀 한 포기
키우지 않는 섬
눈 부릅뜨고
달려오는 파도
머리칼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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삼십 몇 년 후 |
길 가다가 공중전화에서 문득 전화를 합니다. 누나가
어쩌면 말투하며 목소리가 꼭 그대로냐고 합니다. 누나
도 꼭 그대로입니다. 나는 열일곱, 여덟 때처럼 누나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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꽃잎 |
활짝 핀 꽃나무 아래서
우리는 만나서 웃었다
눈이 꽃잎이었고
이마가 꽃잎이었고
입술이 꽃잎이었다
우리는 술을 마셨다
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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봄 |
선물을 싼 줄은
절대로 가위로
싹둑 자르지 마라
고를 찾아
서서히 손끝을 떨며
풀어내야지
온몸이 끌려가는
집중력으로
그 가슴을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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