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휴지 빼주는 남자 - 병원 일지 |
마흔 살, 늦지도 이르지도 않은 나이
대책 없이 운다
얼마 전에 친정엄마가 돌아가시고
십 년 된 강아지마저 죽었다고
이별을 운다
저 울음에게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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떠는 사람 |
손이 떨린다
커피가 출렁거린다
찻잔이 달그락거린다
탁자가 가늘게 흔들린다
말 탄 듯 의자 위 엉덩이가 들썩거린다
발과 바닥이 맞붙어 떨고 있다
울음 참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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저녁노을 |
하느님이 붉은 물감을 찍어
서녘에 밑줄을 그은 것을 보면
하루 중에 이 시간이
제일 중요한 때이거늘
또, 오늘 하루를 마감하며
우리 모두 어두워지리라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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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|
가난한 내가
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
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
나타샤를 사랑은 하고
눈은 푹푹 날리고
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(燒酒)를 마신다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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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랑 |
새를 사랑하기 위하여
조롱에 가두지만
새는 하늘을 빼앗긴다
꽃을 사랑하기 위하여
꺾어 화병에 꽂지만
꽃은 이내 시든다
그대를 사랑하기 위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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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|
그래 살아봐야지
너도 나도 공이 되어
떨어져도 튀는 공이 되어
살아봐야지
쓰러지는 법이 없는 둥근
공처럼, 탄력의 나라의
왕자처럼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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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머니와 설날 |
우리의 설날은 어머니가 빚어 주셨다
밤새도록 자지 않고
눈 오는 소리를 흰 떡으로 빚으시는
어머니 곁에서 나는 애기까치가 되어 날아 올랐다
빨간 화롯불 가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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죽(竹) |
육신은 떠났으나 저승에 들지 못한
이 땅의 가여운 넋 모여 사는 집이다
밤이면 그들이 우는 목소리도 들린다
잘 드는 은장도로 두어 마디 잘라내어
불에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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새 |
내 침실을 뚫고
날아들어
벽지 무늬에 앉아
파닥거리던 새
잠자리에 누운 채
휘파람으로 불렀다.
색동자락으로 춤추듯 내려와
내 광대뼈에 앉은
연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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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떤 미소 |
한 여인에게 미소를 지었더니
“당신은 누구신데......”
다시 미소를 지으니
“내가 누구인줄 알고......”
나는 깊은 시름에 빠졌다
그녀에게 미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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