|
상촌면 민박집 |
충북 영동 상촌면, 딱 한 곳 민박집 있다
주인은 교통사고로 실명을 했는데 이층방 몇 개로 민박을 친다. 밤에도 검은 안경을 끼고 바깥으로 난 어두운 계단을 |
|
|
|
오늘밤에 |
많은 별들
어디 갔나.
단 하나도 안 보여.
별 있는 곳
어디든
찾아가야 한다면,
이 밤에
홀로 떠나나.
별 간 데로 오라면.
고원 |
|
|
|
뱀 잡는 여자 |
혼자 있는 저녁 무렵 뱀이 들어 왔다 베란다에
자살테러범처럼 독(毒)을 품고 잠입한 독사
놀란 새들은
새장을 떠메고 허공 높이 화르르 날아오르고
함 |
|
|
|
나의 화살은 아직도 살아 있다’ |
올림픽 사거리
10시 15분 방향으로
할머니 한 분 절름절름 걸어가신다
힘겨운 시간들이 한 쪽 다리를 갉아 먹었는지
관절 어느 부분이 어긋난 것인지
하얀 |
|
|
|
‘눈 오는 집의 하루’ |
아침밥 먹고
또 밥 먹는다
문 열고 마루에 나가
숟가락 들고 서서
눈 위에 눈이 오는 눈을 보다가
방에 들어와
또
밥 먹는다
김용택 (19 |
|
|
|
실언 |
촌에서 이발소 하는
어떤 형한테 들은 이야기 한 토막
바야흐로 설 단 대목에
오줌 누고 뭐 볼 새도 없이 바쁜데
엊그제 새로 들인
머리나 감기는 아이 |
|
|
|
행운목 |
행운은 토막이라는 생각
행운은- 고작
한 뼘 길이라는 생각
누군가 이제는 아주 끝장이라고
한 그루 삶의
밑동이며 가지를 잘라 내던졌을 때
행운은 |
|
|
|
‘집’ |
길이 새로 나면서 옛집도 길이 되었다
햇살 잘 들던 내 방으로 버스가 지나가고
채송화 붙어 피던 담 신호등에 기대 서 있다
옛집에 살던 나도 덩달 |
|
|
|
‘자서전’ |
1943년 10월 19일 밤
하나의 물음표(?)로 시작된
나의 인생은
몇 개의 느낌표(!)와
몇 개의 묶음표(<>)와
몇 개의 말줄임표(,,,,,,)
|
|
|
|
‘거룩한 밤’ |
하늘 맨 꼭대기에서
가장 낮은 자리로
밤새 내린 눈
하얗게 오신
아기 예수
모두 잠든 밤
홀로 깬 눈동자
별빛 영원
차가운 땅에
하얗게 |
|
|
|
Prev 51 52 53 54 55 56 57 58 59 60 Next |