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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봄의 퍼즐’ |
주일날 아침에 듣는 미사종 소리처럼 언 강이 풀린다 겨우내 어긋나 있던 대지의 관절을 맞추며 깔깔대는 바람과 햇살, 기다렸던 콘닥터의 손이 마침내 떨어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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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영역’ |
산기슭 집을 샀더니 산이 딸려 왔다
산에 오소리 발자국 나있고
쪽제비가 헤집고 다닌 흔적이 역력하다
제비꽃 붓꽃 산나리 피고
멀리 천국에 사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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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느티나무 하숙집’ |
저 늙은 느티나무는 하숙생 구함이라는 팻말을 걸고 있다
한때 저 느티나무에는 수십 개의 방이 있었다
온갖 바람빨래 잔가지 많은 반찬으로 사람들이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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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피항(避港)’ |
명절날
거실에 모여 즐겁게 다과(茶菓)를 드는
온 가족의 단란한 웃음소리,
가즈런히 놓인 현관의 빈 신발들이
코를 마주 대한 채
쫑긋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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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봄빛’ |
시인 두보는
꽃잎 한 조각 떨어져도 봄빛이 줄어든다 했네
수만 꽃잎 흩어져 허공을 밟고
수만 바람 몰려와 나뭇가지 핥네
사람 싫어하는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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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내가 갈아엎기 전의 봄 흙에게’ |
산비알 흙이
노랗게 말라 있다
겨우내 얼었다 녹았다 푸석푸석 들떠 있다
저 밭의 마른 겉흙이
올봄 갈아엎어져 속흙이 되는 동안
낯을 주고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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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10번’ |
우리 형제들이 대기하고 있는 중환자실로 운구 커터가 옮겨져 왔다.
중환자실에서 안치실로,
곧바로 하강하는 엘리베이터를 거쳐, 이승이 아닌 듯 온통 환한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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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빈 병’ |
집으로 가는 길, 담 모퉁이에 기대어 있었다.
녹색을 입고 있었지만 빈 속이 다 보였다
골 뚜껑을 훤히 열어 놓고 있었다
흩날리는 눈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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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불법체류자들’ |
소읍 변두리 처가妻家
술 떨어진 밤 술 사러 간다
날벌레들 싸락눈처럼 몰려드는
가로등 밑 공중전화
똑, 똑
전화카드 돈 떨어지는 소리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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채풍묵(1959~) ‘멧돼지’ 전문 |
채풍묵(1959~) ‘멧돼지’ 전문
이 나라 입시생은 인간이 아니다 다만 고3일 뿐이다
그래도 푸른 나이 문득문득 주체 못할 힘을 뿜는다
쉬는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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