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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고양이와 냉장고의 연애’ |
집 주인의 양육법이 궁금하다
태생이 다른 농경과 유목의 혈통
방금 전 냉장고가 삼킨 것은
생선 몇 마리
그 중 한 마리가 고양이 입 속으로 들어간다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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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고백’ |
겨우내 저 혼자서만 웅크리고 살던 빈집
녹슬어버린 펌프는 녹슨 느낌표로 서 있다
안부를 묻지 않고 지내는 동안
우물가의 푸른 이끼들 누렇게 말라버렸다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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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곰국 끓이던 날’ |
노모의 칠순잔치 부조 고맙다며
후배가 사골 세트를 사왔다
도막난 뼈에서 기름 발라내고
하루 반나절을 내리 고았으나
틉틉한 국물이 우러나지 않아
단골 정육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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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바보야’ |
‘바보야’라는 제목이 붙은
김수환 추기경의 자화상을 보고
껄껄 웃었습니다
세상엔 잘난 인간 잘난 물건 천지인데
예수를 따르시는 당신은
‘바보예수’처럼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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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강물 위의 독서’ |
비가 오면
강물은
제 하고 싶은 말을
점자로
밀어 올린다
오늘은
물속이 흐리다고
물고기들 눈빛도 커튼을 친 양 흔들리고 있다고
오늘은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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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멈추지 않는 배 -배 자세’ |
안개 자욱한 호수
바람결에 수런대는 서어나무 숲
파랑새 노래하는 저편
너무 젖거나
너무 마르거나
무겁거나
가벼워도
중심을 놓쳐버릴 작은 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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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겨울 편지’ |
첫눈을 맞으며
세상의 나이를 잊으며
저벅저벅 당신에게 걸어가
기다림의 사립문을 밀고 싶습니다
겨울밤 늦은 식사를 들고 있을 당신에게
모자를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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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홍어’ |
말이 좋아 삭힌 거고 숙성이지 결국은 조금 상한 것 아니겠는가
시들어 꽃답고 늙어 사람답고 막다른 골목이 길답고
깨어 헛것일 때 꿈답던 꿈
우리의 한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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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오래된 귀가’ |
월요일이 공구통 같은 마을버스 흔들며 떠날 때
취한 사내 하나 술병처럼 사람들에 부딪혀 넘어진다
정류소 표지판을 잡고 비뚤어진 그림자 일으켜도
사내의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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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이름 부르기’ |
우리는 아직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.
검은 새 한 마리 나뭇가지에 앉아
막막한 소리로 거듭 울어대면
어느 틈에 비슷한 새 한 마리 날아와
시치미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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