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라일락 전세 / 박지웅 |
라일락에 세 들어 살던 날이 있었다
살림이라곤 바람에 뒤젖히며 열리는 창문들
비 오는 날이면 훌쩍거리던 푸른 천장들
골목으로 들어온 햇살이 공중의 옆구리에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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레드윙 교회 / 테드 쿠저 |
진흙과 밀짚이 바닥을 허물고 있는 네브래스카
레드윙에 있는 교회 입구에는 트랙터가 놓여있다.
널빤지 같은 것들이 들어가는 길목에 계단처럼 쌓여 있는
그 뒤로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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야생의 평화 / Wendell Berry |
내 안에 이 세상에 대한 절망이 자라나
어둔 밤 아주 작은 소리에도 눈을 떠
나와 아이들의 미래가 두려워질 때
나는 밖으로 나가 야생 오리들이
아름다운 제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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쓸쓸한 세상 / 도종환 |
이 세상이 쓸쓸하여 들판이 꽃이 핍니다
하늘도 허전하여 허공에 새들을 날립니다
이 세상이 쓸쓸하여 사랑하는 이의
이름을 유리창에 썼다간 지우고
허전하고 허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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참 좋은 당신 / 김용택 |
어느 봄날
당신의 사랑으로
응달지던 내 뒤란에
햇빛이 들이치는 기쁨을 나는 보았습니다
어둠속에서 사랑의 불가로
나를 가만히 불러내신 당신은
어둠을 건너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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여우 / Caki Wikinson |
정원이 음산해지고 있다. 다리와 날개 사이
창백한 거리에 비추이는 것들, 나는 떠나는데 능숙한 자
사냥에 지친, 잿빛, 여윈,
무엇에 짓눌린 듯 낮게 엎드린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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무전여행에 부침 / 김순진 |
오늘 나 무전여행을 떠나니
비록 굶거나 잠자리가 불편할지나
시로서 사물을 보며
소설 같은 모험으로
수필 같은 일기를 쓰게 하소서
어느 곳에서든
시심으로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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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당신을 향해 폭설 속을 흔들리며 달려오는
오래된 노란 전차에게 얼마를 지불 하겠소?
계단 세 개를 올라가 시린 창가에 자리를 발견하던
그 순간의 기쁨에는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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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밤새 쏟아진 별빛의 폭탄 세례
그 소리 없는 융단 폭격으로
벌집이 된 풀밭
번쩍번쩍
폭발 섬광이 꽃으로 핀,
눈이 멀어 버린 산천
황홀하게 멍든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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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아침의 시 |
지금 매우 시끄럽습니다.
대지의 열 손가락이모두 분홍색입니다.
대지는 자꾸 뭔가 해명하려 하고 있습니다.
어디 갔나
나무와 같이 서서 얼어붙던 산속의 정적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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